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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해피 투게더>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 : 관극평

퐁당퐁당 당수 2013. 11. 25. 10:19

 

 

(연극) <해피 투게더>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

 

 

 

 

 

 

 

 

 

 

 

 

 

 

 

 

 

 

 

 

 

 

 

 

 

 

 

                                                                              연극평: 김경원(극작가/연출가/배우)

 

 

연극 <해피 투게더>는 (내가 36년 동안 보아온 국내연극 가운데) 가장 세련된 완성미를 갖춘 최고의 연극이었다.

(굳이 언급하건데, 나는 이 연극의 종사자들과 전혀 친분이 없는 사이다.)

 

내가 연극판에 몸담고 있는 터라서, 무대공연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여러 잡생각들이 많이 스쳐지나가기 마련인데, 이 연극은 첫장면부터 달랐다.

 

 

그 이유를 따지자면 ‘한국판 아우슈비츠’ ‘리틀 전두환’이라는 <부산 형제복지원>사건이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라기보다는 연출자가 무대위에 펼쳐낸 세련된 극적 매력과 간결하며 절제된 양식미, 시적-음악적 화법, 통렬한 블랙유머를 동반한 강렬하고 감각적인 페이소스같은 다채로운 연극적 요소들이 내 가슴 깊은 곳까지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관객에게 구걸 또는 강요, 호소하지 않는다는 점도 그렇다.

배우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는 '감정이입'을 오히려 철저히 '차단'시켜놓은 연극이다.

그래서 관객에게 지금까지의 국내 기존연극에서 맛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연극적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때론 연기자들이 어떤 감정의 결정체만 관객에게 던져놓는 무책임한 연극적 태도를 취하는데, 이 때 관객이 수동적이거나 사고가 게으르게 되면, (아차하면) 그 장면을 놓치거나 이해할 수가 없게 되므로, 이 극장에 온 관객들은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적극적인 관람태도를 취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이 연극은 관객에게 어느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않는다.

여기에는 음악의 선정과 코러스 역 (배우들의 내면소리)을 맡은 두 여배우(송은지, 이수인)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도 한 몫 톡톡히 해냈다.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성모마리아를 연상케 하는 등장인물이 뿜어내는 반전 또한 신선했다.

 

 

아무튼 이 연극은 관객에게 수많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직시할 수 없도록 만든다.

연출하는 자, 연기하는 자 모두는 눈물에 호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가해자의 깊게 숨겨진 속마음(그래봤자 인간 최악의 '종교적 궤변'임)을 꺼집어 드러내 보이며 관객을 향해 여러 차례 묻곤 하는데, 그 때마다 관객은 주관/이성적 판단을 요구받게 되는 것!

 

 

-정말 이 공연물을 이토록 훌륭한 차원으로 이끌어낸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대표, 이수인은 브레히트의 서사극술에 대해 국내연극인 가운데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 해석하고 있으며 그 연극적 수법을 무대에 펼쳐보여준 연출자로 여겨진다.

 

섬뜩할 정도로 주어진 '형제복지원장' 역을 잘 소화해낸 신안진을 비롯, 송흥진, 이길, 김승언, 박창순, 강경호 배우들께도 깊은 찬사의 박수갈채를 보내는 바이다.

 

 

연극 '해피 투게더' 예매처 http://shopping.daum.net/product/#!/D1053850915                                                       

공연기간: 2013.11.15~12.15

공연장소: 아트센터K 동그라미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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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해피 투게더>는 대한민국 최대의 부랑인 수용시설에서 벌어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형제복지원은 역이나 길거리에서 연고가 없는 사람들을 끌고가서 불법 감금시키고 강제노역을 시켰으며 저항하는 이들을 굶기고 구타하거나 심지어 죽이고 암매장까지 서슴치 않았다.

 

이런 식으로 12년간 무려 531명이 사망했다. 시신 일부는 300만~500만원에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용으로 팔려나갔다.

 

 

당시 사회는 이러한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으나 형제복지원 원장이었던 가해자는 징역 2년6개월이라는 가벼운 처벌을 받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