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과 노래에 부치는 弔詩
- 故 김병하 선생님 영전에
김경원(아리랑 예술단장)
남북의 노래들 모두 모여라
갈라진 하늘과 군사분계선 넘어
남북의 모든 강물과 시냇물
합수(合水)하여 울울탕탕 소리치며 흘러라.
조양강 피어나는 안개 속에서
임계장터 좌판 뛰어오르는 붕어처럼
여량리 주막 모주꾼의 목 쉰 가락으로
아우라지, 송파나루, 마포나루, 행주나루......
그대의 노래는 흐르고 흘러
겨레의 혈맥(血脈) 속으로 스며
굽이치는 한 옥타브 낮은 사랑이 되는구나.
정옥선, 김병하, 김길자......
소리에 영혼을 빼앗긴 그대들의 운명.
바위같이 견고한 의지로
어둠과 고통 속에서도
환한 소리길 피워 내리니
진흙창 수렁 속에서
한 송이 피어난 연꽃처럼
당신의 두 볼과 두 눈에
그렁그렁 속 깊은
눈물 흐르는 속에
환하고 눈부신 그대의 미소
성마령보다 힘찬 그대의 음성.
긴소리, 자즌소리, 역음소리로
비행기재를 날아 올라
백두산을 넘어, 만주를 건너뛰고
흥안령 산맥을 넘어, 바이칼 호......
시베리아 찬바람 속에서도
눈꽃처럼 벙글어 피어나리니.....
이제 기러기 날아 오르라.
미친 바람, 모진 세월 다 잊고
깊고 푸른 한 많은 계곡 넘어
맑은 투명한 종소리 들려오리니
이제 수이 삼도천(三途川) 건느시라.
황천길 하얀 극락에 이르시라.
(2007년 12월 4일)
# 강원도 ‘정선아리랑’의 명창인 국악인 김병하(강원무형문화재 1호·정선아라리 명예기능보유자)씨의 이별식장에서 낭송된 詩이다.
고인은 1984 전국민요경창대회 최우수상 수상 뒤 같은해 6월 20일 도무형문화재 제1호 정선 아리랑 예능보유자로 지정받아 정선아리랑 전승과 보급에 힘써왔다.
1995년 뇌졸중이 발병해 13년동안 투병하다 지난 12월4일, 강원대 병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장녀 길자씨도 정선아라리 예능보유자(정선아리랑보존회 이사장)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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