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현님의 글 (펌)입니다.^^
갑작스런 소식이었습니다.
박용하씨, 당신과 나는 함께 한 작품도 하지 못했지만, 나는 당신을 배우로 눈여겨 보고 있었습니다.
작년 초 비단길 영화사의 '작전'이라는 영화의 시사회에서 당신의 영화연기를 처음 보았던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짜임새도 있고 화면의 구성도 괜찮았는데..... 웬지 영화는 흥행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영화사 대표인 김수진 사장이 술 한 잔 하자는 걸 굳이 사양하고 다른 사람들과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주식시장의 작전세력을 영화로 만들어? 무모한 시도야.
사장은 <추격자>에서 번 돈 털어넣고 감독이고 배우고 먼 길 가야만 하겠군."
그 예감은 들어맞았고 당신은 큰 실망감과 좌절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나도 영화흥행에서 참패해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라 그 절망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 제단에 사람과 돈과 정열을 바칠 것을 요구하는 잔인한 예술인 것 같습니다.
오늘 나는 당신을 추모하면서 얼마전 세상을 뜬 내 친구를 문상갔던 얘기를 써보았습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평안하시기를.....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陶淵明'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은 포숙아를 그리며
“날 낳으신 것은 어머니지만, 나를 알아준(知己) 것은 포숙아”라고 했다.
거문고의 신 백아는 종자기의 죽음 앞에서
“내 소리를 알아줄 사람(知音)이 없으니 이제 무슨 소용인가”며 줄을 모두 끊어버렸다.
두 고사는 관포지교(管鮑之交)와 백아절현(伯牙絶絃)으로 남아 있다.
강남역 네거리에서 길을 잃다.
분당 서울대 병원으로 문상을 가다.
'한바다 같은 슬픔'을 안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간 자리였다.
좁아터진 영안실을 나와 미금역 설렁탕집에서
몇몇이 소주 몇 병을 마시다.
그리고 다시 빈소로 돌아가 늦게 온 친구들과 통음하다.
새벽 두 시쯤 택시를 타고 서울로 와 뱅뱅사거리에서 내리다.
함께 타고 온 친구는 아침에 발인을 간다고 해 술을 먹자고 하지 못했다.
도저히 집에 갈 정신이 아니라 아무 술집이나 들어가다.
아무 술집이 아니구나, 그래, 언젠가 와봤던 룸싸롱이다.
술은 아무거나 달라고 하다.
술집에서 주기도문을 중얼거리다.
"저희에게 잘못한 사람을 저희가 용서하듯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어..."
오늘 망가지기로 작정하다.
언젠가 읽었던 권가야의 <남자이야기>라는 만화가 기억 났다.
눈물을 먼저 보이는 여자와 달리
남자는 가슴이 먼저 울고
다음에 어깨가 운다
그리고 더디게 눈물이 나고
쉽게 마르지 않는다.
'용서'라는 가사는 떠오르는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 조용필 노래를 노래책을 다 뒤져 제목을 찾아 찍었다.
"기도하는 사랑의 손길로 떨리는 그대를 안고" 로 시작하는 <비련>이었다.
"~ 아 눈물은 두 뺨에 흐르고 그대의 입술을 깨무네
용서하오 밀리는 파도를 물새에게 물어보리라 ~"
위 가사의 문장은 어법이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다.
눈물은 내 뺨에 흐르는데, 왜 그대의 입술을 깨물어야 하나?
타동사 '용서하오'의 목적어는 무엇인가? 밀리는 파도?
"용서하오"의 주어는 누구인가? 내가 용서한다는 건가 그대가 용서하라는 건가?
새벽 세시에 작사자인 조용필에게 전화해 차마 물어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노래는 부르면 못부르면 못부르는대로 잘하면 잘하는대로 느낌이 온다.
듣는 사람은 듣는 사람대로 느낌을 받는다.
노래를 계속 불렀다.
안면이 있는 술집 마담도 그냥 보기만 했다.
"용서하오"에 목이 계속 메었다.
처음에는 나를 용서해달라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세번쯤 계속 부르니 다른 느낌이 되었다.
내가 용서한다는 느낌이 왔다.
그러다가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왔다.
맞다 권가야가 맞다.
가슴이 먼저, 그리고 어깨가. 더디게 나온 눈물은 쉽게 그치지 않는다.
비로소, 산에서 죽은 친구가 오른 길을 몇 번 째인가 찾다가
갑자기 '용서'가 떠올랐다고 한 산악인 박인식의 글이 이해가 되었다.
주기도문이, 노래 가사가 이해되었다.
용서의 주어는 나라는 것,
용서는 오만이 아니라는 것.
용서는 뉘우침이라는 것.
인간을 용서하는 것은 인간이다, 신이 아니다.
신이 하는 일은 그의 죄를 사해주는 것이다.
계속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목이 메어 노래를 불렀다.
"술잔도 울고, 나도 울었다...."
친구들아, 우리라도 잘 살자고 하면서.
어찌 그리 가벼이 가버린 친구를 원망하면서
나는 꼭지가 돌았다.
재즈의 도시 뉴올린안즈에서 언젠가 본 흑인들의 장례식, 고인을 위해서 신바람 나게 춤추고
손벽치고 노래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이 신나게 행진하면서 길거리 연주를 한 곡은
루이 암스트롱의 '성자의 행진'이었다.
나는 조용필의 '비련'으로 친구를 추모한 셈이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 님은 뭍같이 꿈쩍도 없는데..."
"용서하~오!".... 밀리는 파도를.
엄청난 바가지를 쓰고 빈털털이로 술집문을 나오는 아침
"날씨 한번 우라지게 좋았다."





그 부모님들의 마음은 또 어찌할꼬?단순한 배 아픔에도 잠 한숨 못자는것이
부모들의 심정 일진데.....부디 영면해서 마음의 짐을 놓으시기만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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