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첫 공판 첨예 대립… 곽영욱은 공소사실 인정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66)가 8일 오후 처음으로 법정에 나와 무죄를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제가 살아온 삶과 양심을 돈과 바꿀 만큼 허투루 살아오지 않았다”며 “검찰의 공소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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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가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공판을 받은 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창길 기자 |
한 전 총리는 “비서관과 경호관들이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는 자리에서 돈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저는 남의 눈을 피해 슬쩍 돈을 받아 챙기는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단 역시 “총리 공관의 모든 일정은 의전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혼자 남았다가 돈을 준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한 전 총리는 다른 일행과 떨어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은 2006년 12월20일 오찬 시 이미 내부적으로 장관직을 사임하고 대통령과 후임 장관까지 내정했는데 퇴임하는 장관에게 총리가 인사청탁을 하는 일이 상식에 맞는 일이겠느냐”며 “(곽 전 사장과) 정 장관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오찬자리를 마련했다는 검찰의 사건구성 설정 자체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당초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이날 오찬 당시 입었던 ‘주머니 없는 정장’을 입으려다가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공판 내내 증거신청과 기록공개 등을 두고 첨예하게 부딪쳤다. 특히 검찰이 “자료 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곽 전 사장의 증권거래법 내사기록과 수사보고서, 곽 전 사장의 영상녹화물 등사 등을 거부한 것에 대해 변호인단이 “형사소송 규칙에도 없는 이유”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다른 뇌물사건과 달리 자금이 만들어진 경위나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검찰이 입증하지 못해 간접증거를 맞춰서 기소한 것”이라며 “변호인단이 검찰의 수사과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로서도 기록을 보여주고 의구심을 클리어(분명히) 해야 하는 게 좋지 않으냐”고 말했다. 검찰이 계속 거부하자 재판부는 “공개하지 않고도 공소 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그렇게 하라”면서 “(유출 여부는) 재판부와 변호인단, 검찰이 서로 믿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곽 전 사장이 인사청탁 대가로 전달했다는 5만달러의 용처를 조사 중인 검찰은 “한 전 총리가 해외체류 중 달러를 구입한 사실이 없는데 어떻게 경비를 충당했는지 피고인이 소명자료를 낼 계획이면 미리 알려달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입증을 못해 수사기록에도 없는 걸 피고인에게 보여달라는 것이냐”며 거부했다. 왼쪽 안대를 하고 링거를 맞는 초췌한 모습으로 휠체어를 타고 나온 곽 전 사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이날 공판에는 이해찬 전 총리과 유시민 전 장관, 박주선·정범구 의원 등 민주당 당직자 150여명이 참석해 공판을 지켜봤다.
<장은교·구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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