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제1서기/10,11 (한지)

시 한 수, 술 한 잔

퐁당퐁당 당수 2012. 5. 13. 11:10

 

시 한 수, 술 한 잔 | 시사/이슈/사회
이석현 | 조회 81 |추천 0 | 2010.09.15. 15:17 http://cafe.daum.net/HanMS/9FPc/3182

 

 

 

김수열 시인의 시집 <생각을 훔치다>입니다.
지낸 해 연말에 출간되었으며, 1982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후 펴낸 시인의 네번 째 시집입니다.

받는 날 다 읽고 머리맡에 두었는데, 그렇게 몇달이 지났음에도
시집에선 제주의 비릿한 바다냄새가 풍겨 옵니다.

그 중 한 편을 볼까요.

인생에게 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비 내리는 낮술을 안다

살아도 살아도 삶이 내게 오지 않을 때
벗이 있어도 낯설게만 느껴질 때
나와 내가 마주 앉아 쓸쓸한
눈물 한 잔 따르는

그 뜨거움

- 김수열 시 '낮술' 전문


어제 하루종일 낮술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내 인생에게 지고 싶지 않아 낮술을 참다가 후배를 만나 오후 두 시에 그예 한 잔 했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 <술 한잔>에 '나는 인생에게 몇 번이나 술을 사주었는데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 푸념조보다 더 그윽합니다.

낯선 이와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나누는 일은 있어도 '나와 내가 마주 앉아 쓸쓸하게 눈물 한 잔 따르는' 그 일은 차마 못할 듯 합니다.

비오는 날

                 - 김수열


수학 시험 볼 땐데요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아, 짱나

배 둘레만 알면 됐지
도형의 둘레랑 나랑
뭔 상관?


창밖엔 운수 좋은 날처럼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데
틀렸다, 틀렸다 하면서
사선으로 내리는 거예요
아, 졸라


그런데요, 운동장 물웅덩이 보니까
맞았다, 맞았다 하면서
동그라미를 그리는 게 아니겠어요?
틀린 게 하나도 없어요
다 동그라미예요


선생님,
내 답안지가요
물웅덩이였음 졸라 좋겠어요
아, 진짜

 

오십이 넘은 시인의 시가 정말로 상큼 발랄하기도 합니다.

자율형 사립고에서 오늘도 분투하고 있는 딸내미한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메일로 보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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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ㄹ퍼맨 10.09.15. 15:27
아.. 행님 글 읽어 내려가면서 낮술 생각이 머리 가득.. 행님 책임지슈..
 
Araria 10.09.15. 15:51
역쉬 수-ㄹ퍼맨님 반응이.....크크ㅡ크ㅡㅡ
 
 
(Θ.Θ)크롱 10.09.15. 16:55
아~ 좋습니다^^ ㅎㅎㅎ
 
 
young00 10.09.15. 18:29
신세대 용어들이...ㅋㅋㅋ~
 
 
민기맘 10.09.15. 20:53
김수열이라~~ 좋네요, 감사합니다.
 
Araria 10.09.16. 11:23
문학소녀, 민기맘님. 왕년에 한 문학하셨덩 거 맞죠? 그쵸? !^^! <--- 땋은 긴머리 소녀
 
 
(지키자)386 10.09.15. 21:26
좋은 시입니다.
따님에게 주셨다니 이석현님은 불량아빠 맞습니다
 
Araria 10.09.16. 00:22
제가 볼 때두 그렇답니다. 이석현님은 불량아빠 맞아요. 저딴 시 하나 골라보내, 딸에게 (자신이 멋진 아버지임을) 입증하려들다뉫. ^~^; ㅋㅋㅋㅋㅋㅋ
 
 
죽석 10.09.16. 01:27
다좋은데 싫어하는 단어가 있네요
졸라~ 증말 싫어요
청소년이 모여서 말하는걸 보면 졸라 졸라...아 짜증...
 
Araria 10.09.16. 12:06
공감! 생각하면 증말 천박한 말이지요. 전 아예 무슨 허리웃 영화배우 이름인양 입력해 버렸다능~
 
 
㉦이른아침 10.09.16. 09:32
김수열시인 마음에 와닿네요. 나와 내가 마주앉아......
 
Araria 10.09.16. 11:22
역쉬나! 늘... 사색 분위기의 이른아침님 이미지와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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