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은 내 건너편 아파트에 산다. 조윤선이 사는 아파트는 내가 사는 곳과 비교도
안될 만큼 비싸다. 과거에 나는 조윤선에 대해서 호의적이었던 것 같다. 내가 강의하는 문화센터에 조윤선이 와서 주민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새누리당
선거운동을 할 때도 별 문제 제기를 안하고 넘어갔다.(물론 나는 참석을 안했지만....)
예쁘고 능력 있는 여성, 내가 조윤선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던 것 같다. 조윤선은 서울대
외교학과, 사법고시 합격, 컬럼비아 로스쿨 출신, 김앤장 변호사, 은행 부행장 출신이니 스펙으로는 끝판왕일 것이다.
나는 내가 블랙리스트에 들어있다는 말을 꽤 오래 전에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영화나 TV 출연 제의가 거의 없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그냥 하고 싶은 연극이나 퍼포먼스를 하며 살았다. 비록 곤궁해도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면서 버텼고, 지인들과 "내가 술이 없지, 간이 없냐?"면서 웃으면서 살았다.
2012년 명동
그러나 내가 분노를 한 건 실제 블랙리스트를 보고 난 다음이다. 나는 '문재인 지지 예술인'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내가 문재인을 지지한 건 사실이지만 그것으로 나를 재단한다는 것에 대해 화가 났다. 정호승 시인은 '노무현 시민학교에서 시창작 강의'를 해서 블랙리스트이고 고은 선생도 '문재인 지지 예술인'으로 블랙리스트라니, 한미한 배우인 나로서는 블랙리스트에 든 것은 김해 김씨 가문의 영광이다. 맨 부커상을 받은 한강 작가도 블랙리스트인 것은 '소년이 온다'라는 광주관련 소설을 써서 였을까? 아니면 전라도 출신 작가인 한승헌 선생의 딸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작은 우주(小宇宙)'와도 같은 한 작가를 단 한줄의 이유로 블랙리스트로 규정하는 것이야말로 용서할 수 없는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조윤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이 오십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그녀는 젊어 보이고 예쁘다. 그런데 그녀는 왜 블랙리스트 작성이라는 극악한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장관으로서의 등록재산이 45억이고, 연봉을 15억이나 받았다고 하니까 돈 때문은 아닐 것이다. 미술과 오페라에 취미가 있고 문화 관련 서적을 두 권이나 냈고 신문에 문화 관련 컬럼을 쓴 적도 있으니까 무식해서도 아니었을 것이다. 친정 아버지는 평범한 회사원이었고 어머니는 약사 출신이라니 중산층 가정의 딸이 권력에 한이 맺혀 있었을까? 나도 평범한 가정의 맏딸로 살아오면서 억울한 일이 없었을 리 없다. 나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에이, 신춘문예 작가인 내가 참자!" 세상의 부조리함이라니..."부조리극인 이오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를 연기한 내가 참자!"고 나를 위로하며 참고 넘어갔었던 같다.
사전구속영장이 떨어지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두하는 날 조윤선은 문체부 방호직원들을 동원해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했다. 구치소에 수감되기 전날까지도 장관의 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한 것이다. 방호직원은 문체부 청사를 지키는 사람이지 장관의 사설 보디가드가 아니다.
이제 나는 조윤선을 규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 또한 박근혜처럼 '권력에 중독된
소시오 패스'라고.... 윤리, 도덕 인간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 괴물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가 구치소에서 기억이 나지 않고 '나는 모르겠는...' 모든 일들을 기억해 내 알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물이 아니라 인간의 심성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그녀는 아직도 젊으니까.....
글: 퐁당수, 김경원 (배우 작가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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