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에 미친 여자, 정명자
- 춤에 미친 여자, 정명자 -
글: 김경원(金京媛 공연연출가)
정명자는 춤에 미쳐버린 여자다.
춤에 대한 욕심이 너무도 많은 여자다.
그러나 그녀의 지인들은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하며, 외로움을 타는 아직도 여리디여린 사춘기 소녀임을 안다.
실제로 정명자를 처음 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대 위에서의 모습과 비교하며 놀란다.
당차보이기는 하나 작고 왜소한 모습에.
정명자는 무대위에 서면, 마치 자신의 존재를 한없이 늘려가는 피노키오와도 같다.
커다란 무대 공간을 단 한명이 채워내는 어마어마한 기술로 엮어내는 그 화려한 정신들.
정명자의 춤을 본 적이 있는 일본춤꾼들은 자신들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정명자만의 「한(恨)의 세계」와 그 신비스러움에 혀를 내두르기까지 한다.
일본인들은 이제 그녀를 '21세기의 최승희'라 칭하며, 그녀의 향방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올해로 20년째 현해탄을 넘나들며 한일 양국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한 · 일 무용계의 양쪽사정을 그녀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이가 없기에, 그 흔한 매니저 한 명 없이 그녀는 지금까지 약 300회 공연이라는 놀라운 무대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출연은 물론 기획 · 섭외 일까지도 혼자 다맡아 해내고 있다는 것.
이렇게 끝모르게 솟구치는 그녀의 에너지와 추진력 때문인 지, 한국의 춤꾼들 사이에서는 그녀를 질투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한국이면 한국, 일본이면 일본. 그렇게 살지 뭣땜에 왔다갔다 하며 힘들게 사느냐?" 며.
그러나 이는 정명자의 기질과 속내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지금도 무용가 정명자는 좀더 큰 세계로의 무대를 찾아헤매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더 넓은 세상에서 춤을 춰야 직성이 풀리는 통큰 여자라는 사실을.
그녀의 무대를 본 사람이라면 말한다.
"정명자의 춤은 똑 떨어진다!" 고.
그렇게 그녀의 춤은 새우젓갈로 낸 서울지방의 김치맛이라고나 할까?
시원하고 입안에 떨어지는 정갈함이 깃든 그녀의 춤.
똑 떨어지는 것이 그녀의 참모습이다.
일상생활에서의 모습 그대로이기도 하다.
정명자는 무대위에서 자신이 사용할 소품은 물론, 공연에 초대할 손님들까지도 일일이 챙기는 까탈스러운 습성이 있다.
그것은 결코 스탭들을 못믿어서가 아니다.
무대위에서의 소품은 자신의 분신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알고 있으며, 또 춤에 미쳐서 연습장에만 묻혀 살고있는 동안에 게을리했던 인간관계를 회복시키려는 의지에서 일 것이다.
아니, 그 까다로운 습성들은 오히려 철두철미한 그녀의 프로근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그녀가 추고있는 한국(=조선)춤의 '정중동'의 양태는 그녀의 생활 속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평상시엔 별로 말이 없던 여자인데, 한번 입을 열었다 하면 수다도 그런 수다가 없다.
그런데, 그 수다 역시도 결국 춤얘기에서 끝이 나고 만다는 것.
얼마 전, 나는 오랫만에 서울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도쿄(東京)에 살고 있는 대식구(무용단)들을 이끌고, 서울 우면산 기슭의 '예술의 전당'을 찾았었는데,
"춤이 뭐길래...난 왜 이다지도 힘들게 사는 지 모르겠다."
며 내게 푸념섞인 하소연을 늘어놓은 무용가, 정명자!
그러나 나는 얼른 눈치챌 수 있었다.
그 말 뒤에 숨어있는, 그녀 자신만의 행복에 또 젖어있음을.
정명자는 정말로 그 어떤 것 없이는 살아도, 춤 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여자다.
그녀는 춤에 미쳐있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2003/06/서울에서
![]() ![]() mbc노조가 만든 이육사 짤 다 봤는데 ㅋ
정말 미친것 맞드만 퐁당님 하이요^^ 저 외출중이라 오늘 이해찬님 글에 찬양 부탁드려요^^ 난 너무 편파적이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