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후보단일화란?? - 후보단일화에 대한 생각
선거가 민주주의의 축제이며 학교인 적은 유사 이래 한번도 없었다. 선거는 워커끈 졸라매고 나가 싸우는 전투입니다. 유권자들이 아무리 후보단일화를 아무리 촉구해도 출마하는 후보마다 각각의 계산과 속셈이 다르기에 '어디서 개가 짖느냐?'이다. 그 이유는 나는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여의도로 간다는 후보와 차기 또는 차차기를 노리고 명함 돌리러 나오는 후보, "쟤는 돈이 썩어 문드러지나? 또 나오게...."하는 후보까지 좋은 말로 하면 백화제방백가쟁명(百花齊放百家爭鳴)이고 오사리 잡것들이 기어나오는 것이 선거철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단 한번 후보단일화를 이뤄낸 것은 2002년 노무현 정몽준의 경우일 것이다. 마의 지지율 17%에 고착되어 있던 노무현은 "죽고자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死卽生 生卽死)"의 각오로 정몽준과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통해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투표 전날의 정몽준의 지지철회로 끝내 최종적으로 초후보단일화는 불발되었지만..... 나는 근본적으로 단일화요구는 출마자나 유권자에 대한 실례이고 기만이라고 생각한다. 후보와 정당의 정체성과 가치 기준이 달라도 일단 반민주 세력에 맞서기 위해 뭉치라는 것인데, 일단 출마자가 여기에 동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천명도 안되는 모집단을 통한 두 세 차례의 여론 조사 등을 통해 단일화를 이루어내는 방법이 오히려 양자합의에 의한 일방적인 후보 사퇴보다 신빙성이 있을 수 있을까? 유권자의 선출에 의해 공직을 맡겠다고 나서는 자 - 즉 후보는 더욱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더군다나 일단 후보 등록을 하면 공탁금의 반환 등 중도에 사퇴하기 어렵게 만든 현행 법률상, 단일화에 의한 포기나 사퇴는 지지자와 후원자는 물론 후보자에게 심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만든다. 그리고 이를 상대방 후보가 금전적으로 보상해주면 아마 후보 매수행위가 되어 형사적 처벌대상이 될 것이다. 또한, 이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자의가 아닌 후보 사퇴에 대해 소속정당은 무엇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기왕 그를 지지한 유권자에게는 또 무엇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아쉬움과 미움, 보상 심리 등 쉽지 않은 간극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후보자와 유권자의 고민의 깊이를 믿는다는 식으로 현실 정치에 임한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거나 아니면 알고도 외면하는 일이다. 오히려 단일화하면 표의 시너지 효과보다 투표 포기가 많아진다는 설도 이런 이유에 기인할 것이다. 이분법적 사고라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세상은 언제나 양자택일이다. 정체성과 가치 기준의 동질성, 여기에 현실적 이익에 대한 가능성 정도로 유권자는 선택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수권 가능성이 있는 정당은 세 개, 네 개가 아니라 A아니면 B다. 3등부터는 언제나 견인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우리는 단일화의 우물에 빠졌다. 서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옹색하고 비루하기까지 한 도토리 키재기 식 논쟁에 유권자는 싫증이 나고 대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이는 스스로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가치 지향이 애매모호한 정치 세력이라고 광고를 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음에도 이에 대한 선택을 강요하면서 유권자의 동의를 얻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이보다는 저마다 주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정체성은 어떤지,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 신랄하게 파헤쳐 보는 게 유권자 처지에서는 이익일 것이다. 선거에 즈음하여 정치적 논쟁을 하고 중도에 사퇴하든지 아니면 끝까지 가든지 후보의 결단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열 번 나와 백 번 낙선해도 괜찮지만, 단일화라는 프레임으로 후보를 얽매고 유권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행위는 후보자의 정견을 알리는 기회도 박탈하고 나아가 선택에 나서는 유권자의 판단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심하게 말하자면 보상 심리와 요구에 얽매여 정치권에 무능력 하고 정견 없는 이들이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기 쉽게 만들 뿐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과거를 냉엄하게 평가하는 일이다. 정치인의 미래 가치와 가능성은 그의 역사에서만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후보자가 말하는 미래를 점검해 최선의 선택, 차선의 선택을 하는 게 정치다. 치유할 수 없는 과거가 있으면 그를 정치권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하고, 오류가 있었다면 포용해야 한다. 나아가 새로운 후보자가 정치에 입문하기 쉽도록 정당의 문을 최대한 개방해 유권자와의 소통을 이루어야 한다. 노동과 자본의 대결로, 민주주의냐 아니냐로, 또는 평화냐 대결이냐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우리 국민은 미래를 맡기지 않는다. 비록 중산층은 아니지만, 우리 국민 대다수는 소시민이자 동시에 노동자이기 때문이고, 도나 개나 모두가 민주주의 하겠다고 말하는 세상이고, 모두가 평화를 말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근본적 고민이 어디에 있든 이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정치란 유권자의 가슴에 얼마만큼 실질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가로 선택이 좌우도리 것이다. 그건 말이 아니라 행동을 요구하는 일이고 더욱 세심한 접근이 있어야 하는 일이다. 비정규직과 하도급업체의 고민을 외면하면서 해마다 임금 투쟁을 하는 자기모순에 빠진 세력 - 귀족노조에는 해답은 없다. 진보냐 보수냐 떠들면서 자신의 가방 끈 길이를 과시하는 세력에게는 죽어도 답이 없다. 실질적으로 보면 대자본에 기생하는 세력이 대자본을 비판만 해서는 그 어디에도 답이 없다. 우리는 본질을 파헤쳐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어야 한다. 이 길 밖에 없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후퇴는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이지만 이를 막아내기 위해 후보 단일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당위는 우리가 만든 것이다. 후보 단일화 논란은 그런 의미에서는 소탐대실을 가져올 수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떠들기보다는 이를 운동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고민하는 세력이 되어야 국민의 희망이 될 수 있다. 가난하고 힘들지만, 미래를 포기하지 않은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 이웃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 국민의 편에 서서 그들의 꿈에 복무해야 한다! 정치는 꿈을 꾸고 꿈을 현실화하는 작업이다. 지금 우리의 '선 자리'와 '갈 길'을 정확히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제 단일화 논의를 반성과 각오의 목소리로 국민에게 인식시키지 못하면 희망은 없다. 나아가 정체성과 가치가 무엇인지 치열하게 토론하고 비판하는 세력이 되지 못하면 작은 전투의 승리는 있을지언정 미래의 정치 세력으로서 국민의 희망이 되지는 못한다. 연대와 통합 논의는 그런 성찰의 바탕 위에서 진행되어야 마땅하다. ------------------------------------------------------------------------------------------------------------------------------ 뱀발) 안산 상록을의 경우 민주통합 시민행동과 희망과 연대에서 후보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의 방법 말고도- 저는 한번 '가위 바위 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만- 누가 후보가 되어야 보는냐고 개인적으로 솔직히 말해 달라기에 '기회주의자'와 '돈키호테'의 대결이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님이 해수부장관 시절에 김중권 대표에 대해 하신 말씀이 " 기회주의자는 포섭대상이긴 해도 지도자로는 모시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철학"이라고 덛붙여 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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