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제1서기/09,10 (강촛,대붱)

"하악하악 하악하악" - 이외수 이야기

퐁당퐁당 당수 2012. 5. 26. 10:08

 

"하악하악 하악하악" - 이외수 이야기| 수다방 - 자유게시판
이석현 | 조회 54 |추천 0 | 2009.09.14. 09:34 http://cafe.daum.net/agorakn/3jC9/5352


요즘 트위터를 하고 놀다 보니 <이외수 100문 100답>이라는 게 인기를 끌고 있다.


방식은 이외수가 100문100답을 제안하고, 문하생들이 트위터에 올라온 질문 중

'무미건조하거나 구태의연하지 않은' 것만을 엄선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00 개의 질문들은 "소개팅 하는데 조언을" "글 잘쓰는 비법" "취직 못한 젊은이에게" 등

개인적 상황에 조언을 구하는 물음부터, "외계인에게 한 마디" "신에게 딱한번 질문할 수 있다면"

"에로배우를 사랑할 수 있나요" 등의 다소 엽기스러운 내용,

"인간과 비인간의 차이"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나요" 등의 철학적 고민까지

각계각층 트위터들이 이외수와 공유하고 싶은 톡톡 튀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이외수는 인터넷용어와 은어들을 적절하게 배합해 때로는 '정말 소설가 이외수야?' 하는 의심을 들게 하는가 하면,

140자 속 압축된 어휘를 통해서지만 깊이있는 웃음과 감동, 예기치 못한 해학마저 던져준다.

특히 그의 답변 중에는 "지구에 있는 모든 쥐를 데리고 가줘 ^^",

청와대에서 본인을 초대한다면 "거기 갈 시간 있으면 글 한 줄이라도 더 쓰겠다",

전세계 모든 사람에게 동시에 말을 할 수 있다면 "MB OUT" 등 현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 등도 들어있었다.


그간 나는 이외수의 책을 한 권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기인인 듯한 행동과 서평만 봐서는 내가 싫어할 주제만 쓰는 것 같아서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또 주류 문학에서 다룬 적도 없다.



그를 약간 다시 본 것은 그가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과 싸우는 과정이었다.  

내가 그에 대한 갖고 있던 선입관과는 달리 싸움의 논리가 매우 정확했고 진지했다.  

어, 이런 사람이었나...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막연하게 기다렸어요..



                                      서산머리 지는 해 바라보면 

                                      까닭없이 가슴만 미어졌어요..



                                      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나절.. 

                                      아침에 복사꽃 눈부시던 사랑도 

                                      저녁에 놀빛으로 저물어 간다고.. 



                                      어릴 때부터 

                                      예감이 먼저 와서 가르쳐 주었어요.



그 리고 이외수의 시를 어떤 사이트에서 읽고는 꽤 놀랐다.  이런 감수성이 있는 사람이었나...  

나는 요즘 '그리움'이라는 것에 대 해 감성적으로 눈을 뜨도 있다. 


-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님, 치매 때문에 제자를 못 알아 보는 스승님(김찬국 교수님)

올해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님, 김대중 대통령님......

이산 가족 찾기에서 잠깐 ㅤㅂㅚㅆ던 이모님(언젠가 서울의대 본과 2학년 때 월북한 이모님의 얘기를 쓰겠다.)


나이 쉰이 되어서 이런 감수성을 갖는 이 불쌍한 중생과 달리, 그는 평생 그리움에 시달렸던 게 아닐 까....



그리고 이외수가 무릅팍에 나왔다길래,     MBC가 이명박과 싸우니, 섭외를 했고 또 그가 섭외에 응했나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시 보기로 찾아   보았다.




그는 그가 보인 그간의 기인 행세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두 살 때 별세하고, 아버지는 가출하고, 할머니와 동냥하거나 이삭을 주어 먹고 산 얘기, 

그래도 할머니가 도둑질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 얘기,

 2년제 대학을 돈벌어 다니기 위해 7년을 다닌 얘기, 

하숙비가 없어 노숙하며 목욕을 할 수 없어 최대 4년간 씻지 않은 얘기, 

라면 하나로 일주일을 쪼개 먹으며 하루 하루 조금씩은 먹었다고 위안하며 지낸 얘기, 

겨울에 너무 추워 쓰레기통이나 개집에서 잔 얘기, 

워낙 굶기를 밥먹듯이 해 굶는 것을 도닦으며 살듯이 해 먹는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된 얘기, 

그래서 며칠씩 굶고 글 써도 본인이 잘 알아채지 못한다는 얘기, 

항상 열등감에 시달려 술만 먹으면 지붕에 올라가 술먹은 얘기...



세상에 알려진 그의 기행은 기행이 아니었다.

다 가난에서 어쩔 수 없었던 일, 그래도 포기하며 살 수 없었던 얘기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자신의 유일한 기행은, 가난한 그가 오직 글만 써서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이외수 선지식은 게으른 내 영혼의 등짝을 후려치는 '죽비'였다. 



대충 TV 에 나왔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내가 그에게 가지고 있던 선입견은 철저히 잘못된 것이다.  

아니, 내 견해에 다른 사람을 우겨 넣어 생각하는 잘못된 습성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어 볼 생각이 들었다. 

이외수의 책을 모두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절판된 책은 온라인 헌책서점에서 주문하고, 

여기 저기 발품을 파니 거의 다 그의 책은 구할 수 있었다. 



바쁜 작업도 걷어치우고, 초기 단편집인 <꿈꾸는 식물>부터 이외수 책만 읽고 있으니 

주위에서 문학평론 쓸 거냐고 묻는다. 

사흘간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하면서 열 몇 권의 책을 다 읽었다. 

주류평론에서 그를 다루지 않은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그의 책은 딱 '밥벌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그의 책을 모두 옥션에 내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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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하늘 09.09.14. 12:51
반전인데요. ^^ 아니, 당연한 결과였나요.
 
 
카오루 09.09.14. 12:56
ㅎㅎㅎㅎ 어찌 되었든 '읽음'으로써 '알음'의 과정을 거치셨군요! 부럽습니다...
 
 
샤또 09.09.14. 15:30
아... 저도 '하악하악'읽고는 이외수씨 다시 보게 되었어요. 다른 책들도 좀 읽어보고 싶긴 했는데 구차니즘때문에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가요? 얼른 좀 읽어 봐야겠어요. ^^
 
 
미드미 09.09.15. 04:29
이외수는 정치적 이념을 갖고서 사회성 짙음으로 설파하며 문화권력자가 되버린 이문열,황석영류와는 조금 많이 다르죠. 그렇다고 깊이 없다고도 할 수 없겠지요. 원태연이 일간지 및 문예지에 발표하지 않고 시집을 냈다고 시인 대접을 못 받는것 같이 이외수 역시 문학계의 아웃사이더로 있다가 대중들에 의해서 인정을 받았던 케이스인만큼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진정 장사치식의 작가는 아니라고 봅니다. 김훈 보단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석현 09.09.15. 13:02
저는 이문열이나 황석영이 정치적 이념 때문에 문화권력자가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두 작가 모두 탁월한 문학세계를 펼쳐보였고 시장에서 독자들은 그들의 문학을 구매한 것입니다. 김훈 또한 자신의 문학을 펼쳐보이고 있으며 김훈의 독자 또한 적지 않습니다. 저는 제 호불호이지만 귀여니나 원태연의 문학- 그것도 문학이라면-을 싫어합니다. 그들이 일간지나 문예지로 등단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의 책을 저는 '쓰레기'내지 '짜깁기'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등단 여부가 아니라 작가가 보여주는 문학세계이며 인간관, 세계관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