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이야기 -<내 사랑 내 곁에>
내 나이 연배에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특히 기타와 신서사이저로 시작되는 전주부터 '확 끌어 당기는'데, 뒤이어 나오는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부분의 약간 가래 끓는 듯한 목소리가 그야말로 '죽여 준다'
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1987년 11월1일 유제하가 세상을 떴고, 꼭 3년 후인 1990년 11월1일에 김현식이 숨을 거두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그랬나, 90년이었던가, 그가 간지 벌써 20년인가... 그럼 그 노래가 한 때 온 거리에 울려 퍼지고, 모두들 실연한 사람처럼 그 노래를 듣고 부르던 때는 언제였지? 분명 90년대 초반 겨울이었는데... ![]() 자료를 찾아보니 그의 '내 사랑 내 곁에'는 1991년에 나온 6집 음반에 실려 있다. 그렇다면 내가 (나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노래를 듣고/부르던 때는 91년에서 92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이었을 거다. 대성리에서 마당극하는 후배들과 함께 겨울학교라는 10일짜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때였다. 무척 추운 겨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먹다 남은 소주가 얼어 터져 있고 했다. 하지만 당시의 추위는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91년이면, 80년대의 '운동'이 완전히 무너져가던 시기였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마지막 남은 열정을 불사른다고 했지만, '전망'도 안 보이고 현실은 암담하기만 했다. 당시 우리들 사이에서 이 노래가 크게 유행한 것에는, 그런 상황도 배경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제목과 가사와 곡조가 다 들어맞았지만, 이 노래가 김현식의 '유작'이라는 점도 작용했으리라. 또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그가 거의 죽는 날까지 술을 마시다가 갔다는 이야기가 '신화'처럼 떠돌면서 젊은 날의 객기와 겹쳐서 소주깨나 마시게 했다.
생각해 보면 나의 대중가요 레파토리는 아버지 세대와 일치한다. 예외가 있다면 김추자, 배호, 정훈희 정도다. 나훈아, 남진과 같은 동시대 가수들의 노래도 아니다. 거기서 벗어난 것은 70년대 초반의 심야 음악 방송을 통한 팝송과, 포크송인데, 김민기, 양희은 정도이고 그나마 고등학교 시절 많이 듣지도 못했다. 대학 때는 거의 음악을 안 듣고 지내면서, 흘러간 옛노래와 운동가요가 범벅이 된 술집 문화에 푹 빠져 지냈다. 80년대 초반은 군대에서 보내고, 그 후에는 당대의 노래를 별로 듣지 못하고 살았다. 그러니 포크송 시대와 일부 '대학가요제'를 제외하면, 80년대에 내가 아는 가수들은 김수철, 정태춘, 조용필 정도다. '현철'풍의 트롯은 경박한 느낌이 마음에 안들었고, 김수희는 '애모' 이후에나 알게 되었다. 아, '담다디'의 이상은과 이선희는 기억한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김현식이다. 그나마 그가 죽은 후다. 그의 노래 중 '사랑했어요'는 84년 2집에, '비처럼 음악처럼'은 86년 3집에 이미 나왔지만, 나에게는 '내 사랑 내 곁에'가 먼저였다. 그래도 조용필은 '돌아와요 부산항에', '정'(76)을 거쳐, '단발머리',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 '미워 미워 미워', '여와남', '허공', 'Q'까지 제법 시간 순으로 기억나는데 말이다. 그래서 조용필은
내게는 가왕(歌王)같은 존재이다.
그 이후 세상은 확 바뀌고, 김현식은 갔고..., 하던 허전함을 메워주던 게 강산에, 김광석, 안치환 정도인데 다들 이런저런 인연으로 인해 '후배'로만 여겨져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나마 97년인가 김광석마저 숨을 거뒀다. 그 이후로는 조용필을 제외하면, 거의 '흘러간 옛노래'만 불렀다.
그러다가 등장한 게 장사익과 윤도현인데, 다행히도 장사익은 어머님도 좋아하시고 윤도현은 고1인 딸내미도 좋아한다. 작년에 전 컨서트 표가 생겼길래 데려갔더니 아버지를 다시 보는 눈치다 ^-^ 어쨌거나 아직은 동시대 가수를 매개로 祖-孫이 이어지니 다행이다 싶다.
김현식 이야기를 하다가 이야기가 샜다.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며 새삼스레 그의 음악을 들어본다. 느낌이 예전 같지 않다. 하긴, 그 때가 다시 오지는 않겠지. 김현식이 죽은 11월 1일은 내 생일인대 그때는 누구와 생일이라고 술 한 잔을 하고 있었을까? 아, 오늘이 생일이구나. 아무튼 소주는 땡긴다. ㅋㅋㅋ 흠, 마음은 말라가도, 술 생각은 여전한 건가... 아무래도 한 잔 해야겠다. 누구 같이 마실 사람? |


오랫만에 김현식의 가래끓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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