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광복의 날에 진정한 영웅을 생각한다
오늘 늦잠을 자고 일어나 TV를 켰다. TV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개성공단 사태가 발생한 지 133일 만에 재발방지와 국제화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과거 남북관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상생의 새로운 남북관계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식과 국제적 규범이 통하는 남북관계를 정립해 진정한 평화와 신뢰를 구축해 나가겠다”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 과거를 직시하려는 용기와 상대방의 아픔을 배려하는 자세가 없으면 미래로 가는 신뢰를 쌓기가 어렵다. 일본의 정치인들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용기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이게 무슨 소린가? 집권 초부터 대북적대시 정책으로 일관해 한반도를 긴장과 고통에 빠뜨리고 있는 장본인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대표적인 친일 반통일세력에게 통일 운운 소리를 들은 아침은 너무도 기분 나쁘고 우울했다. 광복절이라고 일제에서 해방된 일만을 축하하고 있을 수는 없다.반드시 필요한 일은 친일세력의 척결이다.역사와 공동체에 저지른 일에 대해 죄의식이 없는 자들은 그대로 독재세력이 되었다. 독립지사의 자손들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고 친일파 자손들이 이 나라 주류로 떵떵거리는 지금, 이 나라가 또다시 불행해질 경우 누가 나라를 위해 싸우겠는가. 항일운동가들이 꿈꾸었을 나라를 생각하자니 광복절 아침이 죄로 가득하다.
그래, 오늘은 음악을 듣자. "남편이 지극히 아끼던 전축은 집안 제일 좋은 자리에 놓여 있었다. 나는 용돈을 아껴 일곱 장의 레코드를 샀다. 그이가 들으면 틀림없이 좋아했을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과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을 샀다. 그 매서운 겨울을 버티고 있을 남편을 위해, 그이가 돌아오면 함께 들을 음반을 걸었다." - <한명숙, 부드러운 열정을 품다> p42.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 dvd를 걸어놓자, 노무현 대통령 생각이 났다. 국회의원 청문회 스타시절부터 대연정 제안 전까지는 그의 지지자였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 그분이나 나나 논쟁적인 성격 탓인지 한번도 편하게 만난 적이 없고, 만날 때마다 지독하게 논쟁을 주고 받았었다.- 대연정 제안으로 정치적으로 결별했다고 생각했는데도, 가슴이 아려왔다. 할머니와 선친 돌아가시고 나서 못 해 드린 것 때문에 느꼈던 죄스러움과 자책과 같은 심정이 밀려왔다. 아, 봉하마을에 한번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그리고 이상하게 뭔가 큰 걸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어딘가 많이 의지하며 살았던 것 같다. 정치적으로 항상 정확한 결정을 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소신과 원칙에 맞게 산 분이다. 우리 정치, 경제에는 큰 과오를 남기지 않았고, 경제 안정과 북한 문제의 원만한 관리에는 큰 공헌을 남겼다. 내가 음악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베토벤의 음악을 좋아한다. 전문적 식견이 없어 그의 음악이 특별히 뛰어난지는 잘 모른다. 다만, 역동적이고 뭔지 모르는 힘이 있다. 음악의 듣는 즐거움을 주었던 그의 3번 교향곡과 14번 현악사중주는 특히 그렇다. 그의 곡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드라마이다. 그는 오페라를 거의 쓰지 않았지만, 그의 곡은 거의 대부분 곡 자체가 하나의 목소리 없는 오페라와 같다. 그의 회심작 3번 교향곡은 잘 알다시피 ‘Eroica, 영웅’이다. 나폴레옹에게 바치려다 그가 황제가 되자 실망하여 표지를 찢어버리고 그냥 ‘영웅을 기리며’라고 썼다는 설이 있고, 또 애초부터 헌정자가 다르다는 설도 있다. 공화주의자이자 민주주의자인 베토벤이 영웅으로서의 나폴레옹에게 바친 곡이라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너무 많다. 음악적으로 가장 이상한 것은 2악장에 장송곡이 나오는 것이다. 또 그 장송곡 중간에 가끔 힘찬 곡조가 나오기도 한다. 영웅이 죽었다면 4악장에 장송곡이 나와야 맞다. 영웅을 애도하는 장송곡이 2악장이라면 1악장에는 영웅의 위대한 활동을 보여주는 곡조여야 하는데, 그렇기에는 1악장이 그저 평범한 곡일 뿐이다. 더 이상한 것은 장송곡 다음의 3악장이 경쾌한 짧은 곡이고, 마지막 4악장, 이 교향곡의 백미인 매우 선동적이고 힘찬 행진곡 풍의 곡이 나오며 장쾌하게 곡을 끝맺는다. 영웅이 죽었는데, 왜 4악장이 이리 선동적이고 씩씩하고 장쾌하단 말인가? 여기에 공화주의자이자 민주주의자인 베토벤의 생각의 미스터리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영웅은 모든 사람이 우러러 보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 아니다. 그저 평범하고 씩씩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일깨우는 자일 것이다. 그래서 그 영웅은 1악장처럼 평범하고 사태가 완성되기 훨씬 전에 핍박받아 죽는다. 그의 죽음이 사람의 마음을 일깨워 모두가 떨쳐 일어나 위대한 행진을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이는 것으로 사회의 공식적인 짧은 활동 – 파시스트의 탄압에 저항해 장렬히 몸을 바친 그에게 사람들은 비로소 그가 진정 위대한 영웅임을 깨닫고, 미래에 자신들이 수행해야 할 일들을 깨닫는다. 이제 모두 민주주의와 새로운 사회를 위한 행진을 할 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