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76단과 의자들
“연극이 사람들에게 오락이상의 어떤 무엇을 준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으며
예술의 총체적 장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극단76團은 한국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 자존심으로 불리며, 누구보다 대담하고 솔직한 연극을 선보여왔습니다.
연출의도
이 작품에는 언어의 유희라는 작가 특유의 감각도 있지만, 문학적으로 인간의 회한과 그리움, 통찰이 짙게 배어있습니다. 그 점을 배우들의 연기에 투영하도록 할 것입니다.
빈 의자들에, 보이지 않는 생명력을 불어넣은 형식은 연극 특유의 놀이성과 테크닉을 요구합니다. 사실묘사에만 치중하는 현대연극 풍토에 또 하나의 연기술이 제공될 것입니다.
번안의도
한국 현대사에서 고향을 떠나고 서울로 서울로 올라왔던 사람들이 달동네에서 어렵지만, 정겹게 살다가 재개발로 그곳에서도 퇴출되고 상가건물을 임대해서 겨우 살아가던 사람들의 꿈을 그리려 했습니다.
당연히 용산 참사사건이 중대한 영감을 주었지요. 다행이 원작의 구성이 번안하기에 적합하기도 했고 또 사실 원작도 소외와 고립에 대한 인간성의 통찰이라 생각합니다. 놀이를 통한 웃음이 점차 절망적 현실과 마주치면서 생기는, 어두움을 그리고자 합니다.
원작
고립된 섬에서 건물을 관리하는 늙은 부부가 오랫동안의 소외와 고독함을 이기기 위해, 매일 밤 옛날 이야기와 유희를 하며 산다. 어느 날 이들은 인류를 향해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사회의 명사들을 초청하기로 한다.
물론 가상의 유희로서 말이다. 그들은 의자를 준비하고 사람들을 하나씩 맞이한다. 첫 번째 귀부인, 두 번째 육군대령 하는식으로 그들은 보이지 않는 사람과 대화하면서, 자신들이 하고싶은 이야기를 한다.
사진사, 미모의 여인, 기자들 등등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마지막으로 황제가 나타난다. 부부는, 황제에게 그 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을 서툴게 전달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대신 말해줄 변사가 나타나자 부부는 창문을 뛰어 넘어 투신자살한다....그러나 메시지를 전달한 변사는 말 못하는 벙어리였다.
각색
처음 이 작품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내용상 한국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번안을 염두에 두고 연습을 시작하였다.
연습을 하던 중 이 작품의 무대인 외딴 섬, 고립된 두 노인의 상황은 우리로서는 어떤 경우가 될 것인가 고민했다. 고립… 소외…
그때 용산참사가 떠올랐다. 그래서 일단 첫 지문을 다음과 같이 바꿨다.
무대
철거민들이 시위용으로 만든 옥상의 망루 안. 책상 한 개와 의자 서너개가 있고, 한쪽에 신나가 든 소주병 00개가 놓여있다.
시놉시스
다행히 원작의 구성이 번안하기에 적합했다. 귀부인을 건물주인 강남 사모님으로, 대령을 경찰청장으로, 황제의 등장을 대통령 등장으로 바꿨다. 이어서 싸이코패스, 국회의원, 원더걸스를 등장시켰다. 마지막에 나오는 변사는 주인공의 아들인 철거민 대변인으로…
이오네스코에 충실해야 할 이 페스티발의 취지에 비춰보면 민망할 정도로 바뀌었다. 그러나 작가가 구성한 아이디어는 그대로이다. 작가가 무덤에서 비난을 할지 모르겠다. 한편으로 연극이 사회의 거울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것으로 생각해본다.
(작품분석을 하다 문득 용산참사의 사건과 현장이 떠올랐다. 고립과 투쟁의 장소.)
건물 옥상의 망루에서 밤을 지새던 부부가 자신들이 고향을 떠나 서울의 산동네로 스며 들어와 살았던 과거를 회상한다. 그들은 산동네에서도 재개발로 철거민 신세가 되었다. 고립감을 잊고자 그들은 유희를 생각해 낸다. 사회의 저명인사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메시지를 전한다.---
* 연출자(기국서)의 말:
외부 세계와의 단절에서 착안한 원작의 내용이 다름아닌 용산사태의 실제 현실과 맞아 떨어졌다.
아직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지 못해 시신들이 냉동실에 있다는 암울한 사실은 이 극의 의미를 새삼 살린다.
철거민들은 건물주인인 강남 복부인, 기득권과 야합하는 경찰서장, 기자들과 연예인, 대통령 등을 불러내며 고립감을 견뎌내지만 마침내 투신한다.
사이렌과 물대포 소리 등이 현장의 처절함을 더한다.
|